화를 다스리는 법에 관하여 잡담

깊숙히서 올라오는 부정적 상념들은 일반적인 의지나 생각으로 극복할 수 없다. 생각을 생각으로 컨트롤할 수는 없는 법이다. 분노, 증오, 회한, 슬픔, 우울 등과 같은 부정적 감정이 올라올때 가장 최선의 방법은 한 곳에 마음을 집중시키는 것이다.

나는 누군가에 대한 증오의 감정으로 괴로워했다. 이 괴로움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여러가지 방법을 시도해보았다. 첫번째 시도는 이성적 사유로 성찰하는 것이었다. 내가 상대방을 증오하게 된 연유를 생각하고, 상대의 입장에서 내 과오를 되짚어보기도 하였다. 효과는 미약했다. 감정의 불길이 약할 때는 적용될 수 있을지 모르나, 분노 증오와 같은 격렬한 감정이 일어날 때는 한없이 무력했다. 감정이 머리를 들이밀고 자랑스럽게 앞서나간 뒤에야 이성과 신념이 다리를 절뚝이며 따라온다.

두번째 시도는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이었다. 증오의 감정이 올라온다. 감정을 알아차린다. '나는 지금 저 사람을 미워한다.', '분노 증오의 감정이 올라온다.' '올라온다... 올라온다... 올라온다..' 알아차림을 통해 감정과 인식을 분리하고 객관화시키는 시도는 그럴싸했다. 허나 알아차림을 지속하기가 힘들다. 흥분한 상태에선 지속적인 관찰이 불가능하다. 몇차례 알아차린 뒤에는 다시금 격렬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으로 휘말리기 마련이다.

세번째 시도는 마음을 한 곳에 집중시키는 것이었다. 나는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을 시도했다. 먼저 분노의 감정이 올라왔을 때,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을 시도한다. '나는 저 사람을 미워하고 있다. 분노의 감정이 올라왔다. 나는 분노하고 있다. 이 감정은 나를 괴롭게한다.' 그리고 재빨리 들숨날숨에 관한 마음챙김을 시도한다. 일체 사유를 정지하고 오직 호흡 관찰에 집중한다.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에 몰두함으로써, 분노를 유발시키는 외부 요소들에 대한 인식을 차단한다. 이것은 흙탕물을 정화시키는 작업이다. 흙탕물을 정화시키려면 손으로 저을 것이 아니라 물이 잔잔해져 흙이 자연히 가라앉을 때까지 기다려야한다.

사실 두번째 시도와 세번째 시도는 모두 알아차림과 관찰이라는 맥락에서 동일한 방법이다. 허나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은 지속되기 어려웠고,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은 비교적 수월했다. 왜 그럴까? 감정은 실체가 불분명하기 때문일까? 감정 자체가 애초에 추상적 관념이어서인지, 감정에 대한 관찰이 지속될수록 내가 관찰하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 흐릿해져간다. 그에 따라 관찰도 유야무야 흩어져버린다. 허나 이것은 관찰의 대상으로서 흐릿해지는 것이지, 상대방을 미워하고 증오하며 그로인해 괴로움이 수반되는 상황은 그대로였다.

세번째 시도에서는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을 지속하지 않았다. 감정에 대한 최초의 알아차림 후에는 얼른 호흡에 대한 알아차림으로 주의를 돌린다. 호흡은 관찰대상으로서 감정보다 더 구체적이고 실질적이다. 언제나 호흡하고있기 때문에 의식만하면 얼마든지 마음챙김이 가능하다.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으로 감정을 가라앉힌다. 완전히 차분해진 뒤에는 이성적 사유로 성찰한다.

다시 정리해보면, 감정을 다스리는 최적의 방법은 1. 감정에 대한 알아차림 후에 2.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을 하고 이후 감정이 완전히 가라앉았을 때 3. 이성적-자기비판적 사유로 성찰하는 것이다. 감정이 수습된 후에 사유를 통한 성찰이 수반되지 않을 경우 자기합리화에 빠지기 마련이다. 자기합리화는 인식을 왜곡하여 올바른 견해를 갖지 못하도록 하고, 도리어 다른 괴로움을 불러들인다.

이러한 과정에서 가장 주의할 것은 생각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감정이 충분히 수습되지 못한 상태에서는 그 어떤 가치판단도 금물이다. 감정에 사로잡힌 사유는 믿을 수 없는 것임을 명심해야한다. 부정적 감정이 잔존할 때에는 오직 호흡에 대한 마음챙김에만 집중한다. 어떠한 판단, 합리화, 상념이 올라와도 다시금 마음을 잡도리하여 호흡 관찰에 집중해야한다. 감정이 충분히 수습되지 않은 상태에서 사유한다는 것은 스스로 늪 한가운데에 들어가는 것과 같다. 사유는 감정의 충실한 노예가 되기 십상이다.

덧글

  • 2017/01/12 11:11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1/12 16:03 # 답글 비공개

    비공개 덧글입니다.
  • 2017/01/12 15:24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2017/01/12 20:02 # 비공개

    비공개 답글입니다.
  • 나인테일 2017/01/12 15:13 # 답글

    https://www.google.co.kr/amp/mnews.joins.com/amp/article/17123085?client=safari

    현대 의학도 분노 조절에 거의 비슷한 관점을 제시하고 있군요. 항상 정진하시고 계시니 날로 나아지실 수 있을거라고 생각합니다.
  • 인생수강 2017/01/12 20:05 #

    이론과 견해를 이야기하는 것은 쉬운데,, 그것을 체험해서 소화해내는 것은 참으로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 같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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