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미승이 되다 잡담

열흘간의 수계교육 마치다. 직지사에서의 수계교육은 4시에 기상하여 10시에 취침하기까지 쉴틈없이 짜여진 일과로 진행되었다. 쉬는 시간이라고는 점심공양 이후와 저녁 청소 이후 각각 30분 정도의 자투리 시간이 전부. 그 이외에는 습의교육과 강의, 예불, 정근 등으로 빽빽한 일정이 짜여져있다. 공양은 아침 점심 두 번. 이외에 일체 취식물이 금지된다.

이번 52기 수계교육에는 여행자 26명, 남행자 60명이 들어왔으나 남행자 한 명이 교육 이튿날 자진퇴방하여 총 85명이 수계를 받았다. 교육원의 분위기는 흡사 훈련소를 연상케한다. 습의사 스님들이 전반적인 생활과 습의를 감독 교육하는데 그 역할이 훈련소 조교와 거의 동일하다. 많은 교육생 행자들을 통제하기위해 이따금 폭언과 고함이 오간다.

첫 2~3일은 몸이 몹시 고단하였으나 며칠지나면서부터 적응이 되어 견딜만했다. 체계적인 교육과 함께 대중이 단체로 생활하니 진짜 출가생활을 맛본듯하다. 작은데서 적은 사람들끼리 아웅다웅하며 지내는 것보다 이렇게 단체 대중생활 하는 것이야말로 중으로서 사는 참맛이 아닌가 싶다.

일주문에서 대웅전까지의 삼보일배와 철야 삼천배 정근을 마치고서야 수계를 받았다. 점심에 수계를 마치고 절로 돌아오니 저녁이다. 중간에 휴게소에 들러 순두부로 요기를 하다. 이제는 행자복 아닌 승복을 걸치고 있다보니 사람들의 시선이 더욱 신경쓰인다. 특히 젊은 승려는 세인들 눈에 더 잘 띄기 마련이다.

여튼, 이제라야 본격적인 수도생활의 막이 올랐다고 할 수 있다. 많은 사람들이 행주좌와 어묵동정이라, 생활과 수행이 따로 있는 것 아니라 이야기하지만 이천오백년전 석가께서도 수도를 위해 성문을 넘으셨고 역대 조사들도 산으로 들어가 도를 관하였으니, 차후에는 모를 일이지만 이제 발심한 수행 초입자로서는 심산유곡에서 조용히 좌선에 임하야 수도할 필요성이 있는 것이다.

선방에서 간절히 화두를 참구하고, 의단이 뭉쳐 저절로 들리는 상태가 되어서야 조금씩 행주좌와 어묵동정에도 화두가 일여한가 시험해볼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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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원에서 수계교육 받으면서 느낀 것 하나 있다면. 한국불교는 귀족불교에 가깝다는 것이다. 초기 석가모니가 이룩한 승단은 분소의를 걸치고 무소유로 걸식과 탁발을 하며 수행을 이어갔지만, 중국을거쳐 들어온 한국 불교는 신라와 고려의 전폭적 지지를 받으며 정치권력과 야합. 지극히 세속화되어 의례 법도 복식 등이 궁중왕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실제 한국 승복은 한복 그대로에 회색 물만 들인 것이다. 장삼또한 과거 귀족이나 유생들이 입던 것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하는데, 실제 장삼 입은 모습을 보면 비구(걸식자)라기보단 귀족 유생에 가까워 보인다. 외에도 의례와 의식에 많이 치중한 부분이라던지 복식에 지나치게 의미를 두는 부분. 공양시 법공양이라하야 게송을 외우고 자세 하나 하나 교정을 하는 부분 등은 마치 궁중법도의 그것과 흡사하다.

풍토가 이러한 탓에, 스님들 대부분이 간절히 수도하는 수행납자의 모습이라기보단 불교라는 귀족종교의 사제로서 종교적 생활을 영위하는 성직자의 모습이 보인다. 때문에 선방에서 수행에만 몰두하는 수좌스님들은 이런 귀족적 생활방식 예식 법도 등을 무시하는 성향을 많이 갖고있다. 승가에서도 수좌들의 막행막식에 대해선 어느정도 용인하는 부분이 있다. 이를테면 학승이나 사판승이 술과 고기를 먹으면 파계행이요 선승이 술과 고기를 먹으면 무애행이라 여기는 것이다. '수좌는 그럴 수 있지'하고 용인하는 경향이다. 한국불교의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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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고단하면 퇴굴심으로 이어진다. 교육 초기에 몹시 피곤하고 긴장된 생활로 말미암아 퇴굴심이 조금 고개를 들기도 하였다. 왜 괜히 이런 고생을 해야 하는가 하는 의구심이 꽃피는 것이다. 물론 다시금 밸런스를 찾으면 퇴굴심이 사그라들지만. 한 생각 잘못품으면 자기 자긴한테 속아버리는 것이 한끝 차이다. 절대 자기 자신에게 속으면 안된다. 자기 생각을 믿지 말아야한다. 몸이 피곤할 땐 더더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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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말일날 기본선원에 입방하게된다. 안거(수도기간)시에는 핸드폰 사용이 불가하기에 이렇게 글을 쓰는 것도 이번이 마지막이 될런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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