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절함의 농도 잡담

단지 간절함의 농도만이 이 일을 깨닫게 할 뿐이다. 좌선에 힘써 선정에 드는 기법을 익히는 것은 하나의 테크닉일 뿐이다. 진정 간절하다면 좌복을 깔지 않아도 늘 이 문제를 염두에 두고 있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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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문제의 초점은 삶의 형태가 아닌 삶이 딛고 서 있는 그 바탕을 향해있는 까닭에, 이 문제를 염두하는 이들이라면 자신이 지녀온 삶을 저버리지 않고는 이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될 것이다. 때문에 이 문제에 간절하여 이것에 애쓰게 되는 것은 곧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의 삶을 포기하는 것이 된다. 삶을 포기하지 않고서는 결코 이 문제를 받아들일 수 없다. 이 공부에 있어 삶의 포기는 선택이 아닌 의무가 된다. 진정 간절한 이들은 두려움과 불안에 떨면서도 이 의무를 이행할 수밖에 없다. 이 일을 가까이서 보았다면 이 일 외에 다른 모든 것은 그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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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을 포기한다고 이야기하면 사람들은 당장 모든 일을 집어치운 채 길거리의 디오니게네스가 되는 것을 상상한다. 그러나 이는 삶을 포기한 ‘삶’일 뿐이다. 결국 또 하나의 삶인 것이며 또 하나의 형태인 것이고 또 하나의 방식인 것이다. 진정 삶을 포기한다는 것은 삶의 형태에 구애받지 않는 것이다. 삶을 포기하면서도 자신의 취미를 갖고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맺고 삶에 관한 먼 훗날의 계획을 꾸려나갈 수 있다. 그러나 그 바탕에는 이 모든 것들이 다 무상하고 부질없음을 확신하며 어느 순간에고 이 모든 것들이 포기되어질 수 밖에 없음을 각오하고 있다. 언제고 어느 때고 자기 자신과 자기 자신의 삶이 내던져질 수 있음을 항상 각오하고 있는 것이 진정 삶을 포기하는 것이다. 삶의 모양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건 초점을 삶의 형태가 아닌 삶의 바탕에 두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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