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 Zen, 2008 영화


젠 Zen, 2008
일본  128분 타카하시 반메이
후지와라 타츠야, 나카무라 칸타로우, 테이 류신




"어찌 아직 소임을 맡으십니까?
다른 절들에선 노장 연배의 분들은 연장자로서 앉아서 좌선에 드시거나 조사록이나 공안을 읽으십니다."
"자네 생긴건 총명하게 보이는데 문자文字가 뭔지, 판도辦道가 뭔지는 확실히 모르는구먼. 불법이 뭔지 이해를 못하고 있어 그래."
"그렇다면 무엇이 판도입니까? 무엇이 문자입니까?"
"여보게, 그 질문들을 항상 찾아다니게. 그게 판도가 뭔지, 문자가 뭔지 이해하는 길이 될테니 말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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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이 세상에 일어나는 모든 일은 감추어진 것이 없으며 있는 그대로가 진리 그 자체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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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위 좌선이란 습선習禪이 아니니, 그저 안락에 드는 법문이며, 지극히 보리를 구하려는 수습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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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천하의 불법을 무시하고 '우리가 진정한 불법이다'라고 선전하며 세간을 미혹시키고 있는 모양인데, 그 법의 근간이 되는 새로운 경전이나 불상을 보여주시오."
"그러한 물건은 없네."
"없다고? 빈손으로 돌아왔다고?"
"정법을 이어받은 이 몸, 자체를 가지고 돌아왔다네."
"허면, 그 몸에 무엇을 익혀 왔는가?"
"안횡비직眼橫鼻直. 눈은 수평으로 놓여있고, 코는 수직으로 서있을 뿐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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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자신이 싫어. 죽여 버리고 싶을 정도로 미워. 내 속에 부처님이 있다고 속이는 당신들도 싫어. 아미타불을 외우는게 더 낫겠어."
"속이는게 아니요. 그대 속에 부처는 있어. 그저 간단하게 부처님을 만날 순 없는 것이네. 사람은 누구든지 '이게 갖고 싶어', '저게 갖고 싶어', '이리 되고 싶어', '저리 되고 싶어' 떠들어 대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으면 화가 나서 멍청한 짓을 해버리지. 그런 것으로 눈을 가리고 있으니 부처가 보이지 않는 거네. 그러니 앉는거네. 그 눈가림이 풀릴때까지 한결같이 앉아 있는 거네. 그리하면, 자기 안의 부처와 마주하게 되지. 이보게. 자신을 죽이는 건 부처를 죽이는 일이네. 그리고 타력에 의존하는건, 자신의 부처를 부정하는 것이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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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생활에서 완전히 벗어나 지금까지 얽혀왔던 모든 것을 버린다. 좋다거나 나쁘다는 생각을 버리고, 생각하는 것, 혹은 깨달으려는 것을, 일체의 생각이나 목적을 버리는 것이다. 이것을 비사량非思量이라 한다. 깨닫기 위해서 좌선하는 것이 아니다. 지관타좌. 그 자체가 깨달음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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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송으로부터 올바른 불법이란 것을 가져왔다는데 그것은 어떠한 것인가?"
"석존으로부터 전등조사들에 의해 대대로 전해내려온 석존의 올바른, 진정한 가르침입니다."
"그것은 모든 종파가 하는 말이지 않은가."
"수많은 경전을 읽고, 진언을 외우며, 부처님의 명호를 외워도 석존의 가르침을 얻는건 불가능합니다."
"그대의 문중은 뭐라 하는가?"
"지관타좌只管打坐. 그저 한결 같이 앉습니다."
"아무것도 하지않고 그저 앉는 것에 무슨 처방이 있단 말이냐?"
"토키요리님. 그 말은 큰 바다 안에 물이 없다는 말과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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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에는 꽃. 여름에는 두견새. 가을엔 달. 겨울엔 눈이 쌓여 서늘할 뿐입니다."
"봄에는 꽃... 여름에는 두견새... 도겐, 당연한 말 아닌가."
"가히 당연하옵니다. 있는 그대로, 있는 그대로의 참된 모습을 보는 것이야말로 깨달음입니다. 좌선이란 큰 바다 안의 물을 보는 것입니다. 허나 스스로의 불성을 모른다면 큰 바다 안에 물이 있단걸 알 수 없습니다."
"모르겠네 도겐... 무엇이 깨달음인가? 불성이란 뭔가?"
"토키요리님. 보시지요. 물에 비친 이 달을 베실 수 있습니까?"
"못할 것 없지. 확실히 베었네, 도겐."
"그렇습니까? 한번 더 보시지요. 설사 구름이 달을 가려도 혹은 하늘에서 그 모습을 감추어도 달이 없다고 말해선 안됩니다. 달은 젖지 않고, 물이 부숴지지 않으니. 달은 불성, 물은 자신입니다."
"그런 영문 모를 소리로 이 토키요리의 고뇌는 사라지지 않아. 도겐! 한도 없이 나타나는 이 원령들을... 어찌하면 퇴치되는가?"
"퇴치는 불가능 합니다. 수습하는 것입니다!"
"수습?"
"수습이란, 받아 들이기. 원령들의 고통, 슬픔, 원망은 당신 스스로의 고통, 슬픔, 원망인 것입니다. 그 고뇌를 모두 받아들이는 겁니다. 허나, 자신의 모든 것을 버리지 않으면 받아 들이는 것은 되지 않고 고뇌가 사라지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그대가 오른손에 권력을 쥐고 있는 그때, 당신은 왼손에 고통을 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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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찾아올 때. 정치적인 권력도, 사랑하는 사람도, 막대한 재산도 결코 자신을 구해줄 수 없습니다. 그저 혼자서 죽을 수밖에 없습니다. 자신을 따라 쫓아오는건 자신이 생전에 했던 행위들, 그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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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生이라 말할때... 생生 이외의 물건은 없고. 멸滅이라 말할때, 멸滅 이외의 물건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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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도를 이룬다는 것은 자신을 이룬다는 것이니, 자신을 이룬다는 말은 자신을 잊어버림을 말하니, 자신을 잊는다 함은 만법을 성취함을 말하니, 만법을 성취한다는 것은, 자신의 신심, 더불어 타인의 신심으로 하여금 탈락하게 하는 것이니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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